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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영화

조디악 (Zodiac, 2007) – 이름 없는 살인자와의 지독하게 긴 추적

by new-story1 2025.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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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악 (Zodiac, 2007)

 


진짜 무서운 건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존재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 공포다. 〈조디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미국 역사상 가장 악명 높고 미제 사건으로 남은 '조디악 킬러'를 다룬다. 영화는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서, 오랜 시간 동안 미궁 속에서 진실을 추적하는 사람들의 집착과 소모되는 삶을 묘사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 소개


〈조디악(Zodiac)〉은 2007년 개봉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스릴러 영화로, 실존 인물과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1960~7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발생했던 연쇄 살인 사건과 그를 자칭한 ‘조디악 킬러’의 정체를 쫓는 수사기록을 기반으로 한다.

제이크 질렌할, 마크 러팔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이 출연하며, 각각 만화가, 형사, 기자로서 사건에 휘말린 인물들을 연기한다. 이 영화는 직접적인 범죄 현장보다는, 그 뒤를 집요하게 쫓는 사람들의 시선과 시간이 흐를수록 지쳐가는 과정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린다.

 


줄거리 요약 (스포 없음)


1969년 7월,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두 명의 젊은 연인이 자동차 안에서 무차별 공격을 당한다. 한 명은 사망하고, 한 명은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얼마 후 지역 신문사에 정체불명의 편지가 도착한다. 그는 자신이 범인이라 밝히고, ‘조디악’이라는 이름을 자처한다.

이후 조디악은 계속해서 언론사에 암호문과 도발적인 편지를 보내며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린다. 신문사 만화가인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는 사건에 흥미를 갖고 독자적으로 암호 해석과 조사를 시작한다. 반면, 형사 데이비드 토스키(마크 러팔로)는 수사의 실무를 맡고, 기자 폴 에이버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현장 취재를 이어간다.

조디악은 살인을 멈추지 않으며, 살해 방법도 다양하다. 총기, 칼, 밤중 습격 등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는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경찰과 언론을 이용해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간다. 하지만 그의 정체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결말 및 진실에 가까운 지점 (스포 있음)


영화는 전형적인 ‘범인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절대 잡히지 않는 존재’를 향해 사람들이 얼마나 집착하고, 어떻게 무너져 가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수년이 지나면서 수사도 벽에 부딪히고, 언론의 관심도 식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버트 그레이스미스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사건 관련자들을 추적하고, 단서들을 하나씩 짜맞춘다. 그리고 마침내 한 사람을 의심하게 된다. 바로 ‘아서 리 앨런(Arthur Leigh Allen)’. 그는 과거 범행 장소 근처에 살았고, 조디악의 편지에서 언급된 시계 브랜드도 그가 착용하던 것이었다. 심지어 조디악이 쓴 글씨체와 매우 유사한 필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다. 지문도, DNA도, 명확한 자백도 없다. 결국 그는 기소되지 못하고 죽는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관객에게 묻는다. “증거가 없더라도, 당신은 이 사람이 범인이라고 믿을 수 있는가?”

영화의 마지막, 로버트는 조디악의 또 다른 생존 피해자를 찾아가 사진을 보여준다. 그는 단호히 말한다. “그 사람이 맞아요.”
이 장면은 사건이 끝나지 않았지만, 진실에 가장 근접했던 순간을 의미한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것


〈조디악〉은 범인을 잡는 쾌감을 주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집착과 무력함,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역설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무도 범인을 확신할 수 없고, 법은 결정적인 증거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직관과 감정을 따라가며 진실을 믿고 싶어 한다.

수사를 맡았던 형사들은 지치고, 기자는 알코올 중독에 빠져 무너지고, 유일하게 남은 만화가만이 집요하게 매달린다. 그리고 그 집착은 점차 그를 갉아먹는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는 이걸 끝내야 해요.”

 


마치며


〈조디악〉은 보기 전엔 범죄 스릴러로 기대하게 되지만, 보고 나면 심리 드라마에 가깝다. 범인의 얼굴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도, 영화는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그 답답함이 영화의 메시지를 더 또렷하게 만들어 준다.

진실은 늘 거기에 있지만, 우리가 그것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조디악〉은 ‘답 없는 질문’을 오래 붙잡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무겁고도 현실적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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