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버티는 것조차 힘든 날’을 겪는다. 그럴 때, 우리는 종종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작고 조용한 대답이다.
이 책은 ‘죽고 싶은 마음’과 ‘떡볶이를 먹고 싶은 마음’이 공존할 수 있다는, 다소 아이러니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실을 담고 있다. 심리상담 기록과 작가의 고백을 엮은 이 에세이는 독자에게 공감, 위로, 때로는 웃음과 고요한 울림을 전한다.
나약한 고백이 아닌, 용기의 기록
많은 이들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라는 단어를 쉽게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백세희 작가는 자신의 진심을 담아, 감정을 분석하고 털어놓는다. 이 책은 누군가의 눈으로 보면 단순한 상담기록일 수 있지만, 사실은 고통을 직면하고 견뎌낸 사람의 ‘용기 있는 기록’이다.
“감정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책 속의 이 문장은 상담자와의 대화 중 튀어나온 문장이지만, 어쩌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가장 큰 주제일지도 모른다. 그 어떤 감정도 틀린 게 아니라는, 살아 있는 증거라는 사실. 그걸 잊지 않게 해주는 글이다.
일기 같지만 철저히 타인을 향한 글
이 책은 마치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처럼 솔직하다. “오늘은 별일 없었는데도 기분이 안 좋다.” “상대가 웃었다고 해서 내가 잘했다는 건 아니다.” 우리는 늘 명확한 이유를 찾으려 하지만, 감정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작가의 관찰은 독자에게 위로가 된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그 문장을 만나는 순간, 독자는 자신이 느껴온 수많은 감정에 조심스레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자기 고백이면서도, 독자에게 말을 거는 책이다. “너의 감정도 틀리지 않아.” 라고.
가벼운 제목, 깊은 울림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면, 다소 가벼운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말은 사실 놀라운 진실을 담고 있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든 하루 속에서도, 떡볶이 하나에 마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것.** 그 감정은 우리가 여전히 삶을 붙잡고 있다는 증거이며, 살아가고자 하는 본능이자 희망이다.
작가가 던지는 문장 하나하나가 날 것 그대로여서 더 와 닿는다. 어설픈 위로가 아니라, “나도 그래요”라는 그 한 마디가, 때로는 백 마디 위로보다 깊게 파고든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들
- 최근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스스로를 자주 자책하는 사람
- 우울증 혹은 불안을 겪고 있거나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는 사람
- 심리상담에 관심이 있지만 문턱이 높아 망설이고 있는 사람
- 일기처럼 조용한 책을 읽고 싶은 사람
이 책은 상담을 받아본 적 없는 이에게는 ‘심리치료의 시작’을 알려주는 책이 될 수도 있고, 이미 상담을 받아본 이에게는 ‘내 마음의 거울’이 될 수도 있다.
마무리하며
이 책은 처절한 인생의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지극히 일상적인 나날 속, 우리 마음의 조각들을 들여다보는 작은 손전등이다. **너무 힘들어도, 떡볶이를 먹고 싶다는 마음 하나면 살아갈 이유는 충분하다.** 그 말은, 지금의 삶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책장을 덮고 난 후, 나도 모르게 조용히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지금 이 마음도 괜찮아. 이렇게 있는 그대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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