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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책 리뷰

『어린이라는 세계』 감성 책리뷰 – 우리 안에 여전히 살아 있는 작은 사람을 위해

by new-story1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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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세계 리뷰

 

 

우리는 자라며 무엇을 잃을까. 아니, 어른이 된다는 건 잃어야만 하는 걸까.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는 그 잃어버린 것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아이들이 가진 감각, 정직함, 충만한 감정, 질문하고 반응하는 힘.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우리가 한때 분명히 갖고 있었던 것들이라는 걸 이 책은 조용히 상기시켜준다.

작가는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선생님’이라는 이름이 아이들과의 일상에서 무조건적 권위를 부여받는 사회에서, 그는 조금 다른 태도를 택했다. 가르치는 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태도. 이 책은 바로 그 시선에서 출발한다.

책 속에는 특별한 플롯도, 거대한 사건도 없다. 그 대신 등장하는 것은 아주 평범한 장면들이다. 쉬는 시간에 아이가 친구에게 한마디 던진 농담, 슬쩍 나를 스쳐간 눈빛, 질문이 너무 많다고 타박을 받는 아이의 입꼬리. 그 모든 장면을 작가는 놓치지 않는다.

 

평범한 순간 속의 특별함

무심한 듯 보이는 순간 속에서 작가는 아이의 감정을 읽고, 그들의 세계를 통째로 바라본다. 이 책은 관찰의 기록이자, 해석의 시도이며, 동시에 존중의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아이들이 ‘미완성의 인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완전하게 살아가고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도, 나는 한편으로 부끄러움을 느꼈다. 아이들을 늘 ‘자라야 할 존재’로만 생각했던 지난 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방식으로 살아가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한 아이가 교실 구석에서 울고 있을 때, 그 아이 곁으로 다가가 아무 말 없이 손을 꼭 잡아주는 또 다른 아이의 이야기였다. 어른이라면 “괜찮아?”, “왜 울어?”, “누가 그랬어?” 같은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말로, 너무 많은 방식으로 위로하려 한다. 하지만 때로는 말보다 조용한 곁이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왜 잊고 살아가는 걸까.

 

어른이 되어 잃은 것들

책에는 수많은 아이들이 등장한다. 무뚝뚝한 말투 뒤에 숨겨진 정이 깊은 아이, 질문이 많아 선생님의 눈치를 보게 된 아이, 매일 같은 노래를 부르며 하루를 버티는 아이. 그 아이들의 모습은 낯설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한때 그런 아이였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은 어른이 되었고, 너무 많은 것을 배우는 동안, 많은 것을 잊었을 뿐이다.

이 책은 읽는 내내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내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작은 나’에 대해서 말이다. 어린이였던 나는 어떤 감정을 가졌고, 어떤 말투로 대답했고, 무엇을 궁금해했는가. 그리고 나는 그 아이를 지금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

김소영 작가의 문장은 무척 단단하다. 감성적이되 과도하게 감정에 기대지 않고, 따뜻하지만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그는 그저 말한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간 중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하지만 그 평범한 일상의 기록이 독자의 마음을 무너뜨리고 다시 세운다.

우리는 ‘어린이’라는 존재를 너무 쉽게 오해한다. 그들은 지금도 충분히 알고 있고, 느끼고 있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말과 행동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명확하다.

 

마무리하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는 내 안의 어린 나에게 말을 건넸다. “그때 그렇게 슬펐구나. 말하지 못하고 꾹 참았던 그 마음, 내가 이제야 알아줘서 미안해.”

『어린이라는 세계』는 단지 어린이를 위한 책이 아니다. 모든 사람, 특히 누군가를 돌보고 있는 어른들에게, 그리고 어린이였던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누군가 “어린이는 어떤 존재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 책에서 얻은 말을 빌려 조용히 답할 것이다. “그들은 지금도 완전한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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