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끝났을 때,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과연 그들은 달에 도착했을까?’
하지만 곧 알게 됐다. 그건 중요한 질문이 아니라는 걸.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도착이 아닌, 출발 자체였다.
『달까지 가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끝이 온다.
그 끝이 성공이든, 실패이든, 현실이든, 환상이든.
하지만 중요한 건 이들이 단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달을 바라보았고,
그 달을 향해 자기 의지로 걸어갔다는 사실이다.
살다 보면 어떤 순간들은 굉장히 진지해지고,
어떤 순간들은 극단적으로 무뎌진다.
진지함은 늘 불안과 맞닿아 있고,
무딤은 우리를 잠시 편안하게 해준다.
하지만 무뎌지는 감정 속에서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진짜로 살고 있는 걸까?”
『달까지 가자』는 그 질문에 정면으로 응답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고 난 뒤, 내 마음에 남은 건 하나의 명확한 문장이다.
“누구도 나 대신 내 삶을 살아줄 수 없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결국 선택한다.
불안정하고 위험하지만, 자기 손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삶을.
그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죄책감도 있고, 도덕적 회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남 탓하지 않는다.
그 선택이 자기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특별히 청춘들,
혹은 어떤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유독 강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건 이 소설이 청춘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대신,
청춘의 잔인함과 모순, 그 안의 진짜 고민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관통하는 정서는 **“지금, 여기서 살아내기”**다.
그건 단지 버틴다는 말과는 다르다.
그건 단지 해보자는 말보다 훨씬 단단한 용기다.
책을 덮고도 이 이야기는 독자의 삶 속에서 계속 이어진다.
“나는 달을 포기한 건 아닐까?”
“다른 길이 있었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익숙한 길로 돌아선 건 아닐까?”
이 질문들은 불편하지만, 가장 인간적이다.
그리고 그 질문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아직 달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렀을 때,
어떤 물리적 사건보다 더 강한 감정의 파도가 밀려온다.
그것은 슬픔이 아니고, 눈물도 아니다.
그건 오히려 희미한 확신이다.
우리 삶에도 언젠가, 진짜로 작은 빛이 떠오를 수 있다는 희망.
장류진 작가는 어떤 결말도 강요하지 않는다.
마치 이 소설의 결말은 각자의 삶 속에서 써나가라는 듯,
아주 조용히 이야기를 닫는다.
그 조용한 닫힘은 오히려 더 큰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끝나지 않는다.
당신이 어떤 삶을 선택할 때마다,
그 순간마다 이 책은 다시 떠오른다.
『달까지 가자』는 단지 읽는 책이 아니다.
그건 독자의 삶에 한 문장처럼 남는 책이다.
아주 짧지만 강한 문장.
“한번, 가보자.”
이제 독자의 차례다.
지금, 당신은 어디쯤에 있는가.
아직 출발선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가,
이미 길 위에 있는가,
혹은 멈춰서 되돌아가고 있는가.
그 모든 순간은 괜찮다.
왜냐하면 이 책은 말한다.
“지금이라도, 다시 출발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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