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은 품고 있는 불온한 상상이 있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까?’라는 자조적인 질문 속에 숨어 있는,
‘혹시 지금의 나를 전부 뒤엎어버릴 수 있다면?’이라는 상상.
『달까지 가자』의 인물들은 바로 그 상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
이 소설에서의 ‘달’은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다.
그것은 곧 자신의 삶을 바꿔내고 싶은 간절한 욕망,
세상이 정해준 규칙에서 탈출하고 싶은 몸부림이다.
주인공들과 그 주변 인물들은 마침내 결심한다.
더 이상은 이대로 살 수 없다고.
그리고 그 결심은 기획안이라는 이름으로 현실에 발을 내딛는다.
하지만 그 결정은 단순한 반란이 아니다.
이들은 단지 체제에 반기를 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와 싸우는 중이다.
‘나는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자격이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그들을 계속 붙잡는다.
그 갈등은 때론 외부보다 내부에서 더 격렬하게 일어난다.
기획안을 실행에 옮기면서, 그들은 기존의 도덕과 질서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이 선택이 옳은가, 아니면 위험한 착각인가.
그들은 안다. 지금 하는 일이 합법도 아니고, 정의롭다고 말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하지만 동시에, 지금껏 살아온 삶이 과연 그렇게 정당했냐는 질문도 스스로에게 던진다.
이것이 바로 이 소설이 가진 가장 날카로운 지점이다.
선과 악, 합법과 불법, 정상과 일탈 사이에서
어디까지가 허용될 수 있는 경계인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작가는 그런 질문을 독자에게 그대로 넘긴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작중 인물들은 스스로도 혼란스러워하며 길을 찾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선택은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읽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동료성’이다.
이들이 서로의 약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
누군가가 무너질 때마다 같이 붙잡아주는 이유,
결국 그건 이 기획이 단지 돈이나 성공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기획은 서로가 서로에게 증명해보이고 싶은 삶의 방식이다.
우리는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이대로 늙어가는 게 아니라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것.
그걸 확인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고, 함께 가고 싶다.
누군가는 이 선택을 두고 “위험한 착각”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의 선택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들은 누구보다 간절했고,
누구보다 현실을 직시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꿀 용기를 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달’은 도달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진심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길은 의미 있다.
그리고 그걸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기획은 이미 성공한 것이 아닐까.
이 파트에서는 이들이 실행을 위한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고,
한 치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정밀한 시뮬레이션을 거치며
차곡차곡 ‘기획안’을 완성해나간다.
그러는 사이 독자는 깨닫게 된다.
이 이야기는 점점 현실을 넘어
‘의지’와 ‘확신’, 그리고 ‘우정’에 관한 이야기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나랑 같이 가보자. 끝까지.”
이 문장이 주는 울림은 단순한 동행 이상의 감정이다.
믿음, 존중, 가능성, 연대—
그 모든 것이 하나의 문장 안에 응축돼 있다.
그리하여 이들은 비로소 ‘달까지 가는 여정’에 들어선다.
현실은 여전히 두렵고, 발밑은 여전히 불안하다.
하지만 그 불안 속에서도,
그들은 말한다.
“괜찮아. 이건 진짜 우리가 선택한 일이야.”
이쯤에서 독자는 묻게 된다.
“나는 지금까지 내 선택을 스스로 했던 적이 있었던가?”
그 질문은 꽤 오래 마음에 남는다.
소설을 덮고도 계속해서 반향을 남긴다.
그것이 이 이야기가 단순한 직장소설이나 범죄소설이 아닌 이유다.
『달까지 가자』는 우리가 두려워하는 감정을 마주하게 만든다.
두려움 속에서도 의지를 갖고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나 역시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이 책이 독자에게 주는 진짜 메시지는 이것일지도 모른다.
“달이 중요한 게 아니야. 같이 간다는 게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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