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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책 리뷰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감성리뷰

by new-story1 202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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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1부 – 교실이라는 세계, 그 안에 갇힌 목소리들

우리가 중학생이었을 때, 혹은 누군가의 중학생이었을 때, 그 시절의 교실은 하나의 완벽한 ‘사회’였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그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작고도 큰 이야기들을 담담하지만 울림 있게 들려준다.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그 누구도 ‘악당’이 아니고, 그 누구도 ‘완전한 피해자’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왕따가 되는 아이가 있고, 그걸 지켜보는 아이가 있고, 멀찍이 떨어진 채 침묵을 선택한 아이가 있다.

그리고 그 모두가, 자신만의 이유와 사정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결코 튀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조용하고, 존재감이 없다고 여겨질 정도다.

하지만 작가는 그 조용함 속에 숨겨진 감정들을 섬세하게 길어 올린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두려운 마음, 상처받을까봐 먼저 물러서는 습관, 혼자 있는 게 편하면서도 외로운 모순.

우리는 그 마음을 알고 있다. 한 번쯤은 그런 마음으로 교실 한 구석에 앉아 있었으니까.

『체리새우』는 거창한 사건 없이도 독자의 마음을 흔든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한때 머물렀던 그 공간,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애쓰던 그 시절.

그리고 그 시절에 하지 못했던 수많은 말들.

이 책은 그 ‘비밀글’들을 꺼내어, 조용히 펼쳐 보인다.

읽다 보면 마음속 깊이 눌러뒀던 기억들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그 시절의 나, 내가 외면했던 친구, 혹은 나조차 몰랐던 감정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단순한 청소년 소설이 아니다.

이건, 우리가 지나온 그 시절에 대한 성찰이고 회복이다.

 

 

2부 – 비밀글에 담긴 진짜 감정들

‘비밀글입니다.’

주인공이 블로그에 남긴 포스트에는 늘 이 말이 달려 있다.

그건 단순한 기능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보이지 않기 위해 쓴 글.

그건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감정이다.

숨기고 싶은 것. 하지만 어딘가에 말하고 싶은 것.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런 감정을 수없이 느낀다.

친구에게 말할 수는 없지만, 마음 안에만 담아두기엔 벅찬 감정들.

그래서 누군가는 일기를 쓰고, 누군가는 SNS에 비공개 글을 남긴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은 ‘비밀글’이라는 형태로 자신의 감정을 하나씩 정리해간다.

거기에는 질투도 있고, 외로움도 있고, 누군가를 향한 동경과 미움도 함께 들어 있다.

우리는 그 글을 읽으며, 마치 중학생 시절의 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그때 나는 왜 그렇게 예민했을까. 왜 그런 말에 상처받았고, 왜 작은 친절에 눈물이 났을까.

『체리새우』는 그 시절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모든 감정이 정당했으며, 지금의 나를 만든 중요한 기억들이었다고 말한다.

세상은 자꾸 “그런 건 사소하다”고 말하지만, 실은 그 사소함 속에 사람의 마음이 있다.

“비밀글이었던 감정들. 이제는 꺼내어도 괜찮아요.”

이 책은 그렇게 상처받은 이들의 감정을 부드럽게 안아준다.

 

 

3부 – 교실 밖으로 확장되는 세계

중학생에게 세상은 너무 크다.

그래서 대부분의 일상이 ‘교실’ 안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의 인물들은 그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소설은 아주 작지만 의미 있는 ‘확장’을 시도한다.

책을 읽다 보면, 주인공이 교실이라는 테두리에서 조금씩 벗어나 자기만의 공간을 찾아나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혼자 걷는 거리, 도서관에서 만난 낯선 이야기들, 엄마와의 대화, 글을 올리고 지우는 블로그의 조용한 밤.

이 모든 순간이 그녀를 조금씩 바꿔놓는다.

학교라는 세계 밖에도 삶이 있다는 것을, 자신을 설명할 언어가 있다는 것을, 비밀이 아닌 이야기로도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성장은 그렇게 이루어진다.

누군가의 손을 붙잡고 크게 뛰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혼자,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체리새우』는 그런 ‘조용한 확장’을 응원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어른이 되어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성장의 형태라고 말한다.

 

 

4부 – 관계의 틈에서 태어나는 변화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갈등을 회피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따돌림을 당하고, 누군가는 가해자가 되며, 누군가는 방관자에 머문다.

그 사실은 슬프지만, 현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 관계들을 단순히 ‘갈등’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틈에서 싹트는 변화, 서툰 사과, 말 없는 배려, 그리고 작은 용서를 담담히 보여준다.

친구 사이에서 건네는 불편한 질문, 서툰 화해의 말, 어색한 웃음 속에도 따뜻함이 있다.

그 변화는 빠르지 않다.

하지만 그 느림 속에 진심이 있다.

관계란 원래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한 번에 가까워지지 않고, 한 번에 회복되지 않지만, 그래도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

『체리새우』는 그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게 이 책의 가장 큰 힘이다.

 

 

5부 – 어른이 된 우리가 읽어야 할 이유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다.

하지만 아이들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어른이 된 우리’에게 더 필요한 책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가끔,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너무 무뎌지고,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게 된다.

삶에 치이고, 어떤 감정은 불편해서 외면하고, 어떤 상처는 작다고 무시해버린다.

그럴 때 이 책은 말해준다.

“사람의 마음은 크고 작음으로 판단할 수 없어요.”

『체리새우』는 누구도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

그 누구의 감정도, 그 누구의 고민도, 그 누구의 침묵도.

책을 덮은 후, 마음이 한층 부드러워진 느낌이 든다.

조금 더 듣고 싶고,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문득, 그 시절의 나에게 말을 걸고 싶어진다.

“괜찮아. 너는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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